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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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고강도 긴축 정책 덕분에 겨우 잡히나 싶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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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패스트푸드 소비까지 줄어들었어요.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고물가에 지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게 여실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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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선전하는 기업들은 있는 법이죠. 소비 양극화 속에서 고급화 전략을 펼치거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업체들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삶이 팍팍해졌다고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경제적 압박을 가중하고 있거든요. 특히 먹고 마시는 일상생활의 영역에서요. 오죽하면 금사과라는 말이 유행하겠어요.
물가가 오르면서 팍팍해지는 건 또 있습니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자, 이들을 소비자로 삼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도 팍팍해지고 있는 거죠. 심지어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있던 패스트푸드 업체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러나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들 하죠.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하나둘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들도 있는데요. 미국의 인플레이션 현황, 그리고 이에 따라 희비가 갈린 기업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시 꿈틀거리는 물가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건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어느 정도 잡히는 모양새였습니다. 실제로도 가파른 곡선의 기울기가 꽤 완만해졌고요.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상무부는 1분기 물가 데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이 기간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어요. 최근 일 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었죠.
이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였어요. 이 수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판단할 때 준거로 삼는 지표로도 유명한데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분기에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수치인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상승 폭은 심상치 않습니다.
시티즌스 프라이빗 웰스의 투자전략 부문 부대표를 맡고 있는 마이크 코나치올리는 “이번 GDP 보고서는 말하자면 ‘나쁜 놈과 추악한 놈’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1분기 데이터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던 시기는 지났고 물가 상승 추세는 진정한 걱정거리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번 수치는 한때의 현상이 아니라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된 것을 나타내는 데이터라는 의미예요.
피부로 느끼는 인플레이션
사실 수치로만 봐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특이한 현상을 보면 조금 더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요. 특이한 현상이란 미국의 대형 식음료 브랜드,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의 고전입니다.
통상적으로 패스트푸드 업체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법이니 식음료는 필수소비재에 들어가는데요. 고물가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비싼 레스토랑 대신 저렴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아요. 따라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질수록 패스트푸드 업체는 오히려 선전하는 경우가 잦죠.
그런데 최근에는 패스트푸드 업체마저 어려움을 겪는 양상입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패스트푸드 업체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레비뉴 매니지먼트 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패스트푸드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5%나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패스트푸드 가격은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속도가 느려졌다고는 하나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록한 패스트푸드 가격은 2019년에 비해 무려 33%나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 정도 상승률이면 안 그래도 고금리로 인해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만합니다.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떠날 줄은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를 사 먹지 않게 됐는지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습니다. 이 정도면 준수한 거 아니냐고요? 동일 매장 매출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맥도날드의 1분기 동일 매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9% 증가했어요. 1년 전 이 수치가 12.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확연하게 둔화된 거죠. 특히 지난해에만 가격을 10% 인상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부진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맥도날드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웬디스의 실적도 한 번 볼까요? 지난 2일(현지시간) 나온 웬디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조정 매출은 지난해 0.6%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프라이스리스토의 데이터에 따르면, 웬디스는 2022년과 2023년 사이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평균 가격을 35% 인상했는데요. 이처럼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감만 사고 원하던 성과는 이루지 못한 겁니다.
반면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사정은 좀 다릅니다. 지난달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출 성장세만 봐도 상당한데 동일 매장 매출도 나란히 증가했습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실적을 보면, 1분기 동일 매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어요. 맥도날드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좋은 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주당순이익(EPS) 면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던 맥도날드와 달리 13.09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맥도날드, 웬디스, 치폴레 멕시칸 그릴. 세 브랜드 모두 미국에서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입니다. 모두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요. 그러나 성적표에서는 꽤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알 수 있는데요.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서도 특히 고소득층 소비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맥도날드와 웬디스는 그렇지 않고요. 즉, 치폴레 멕시칸 그릴이 호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던 건 가격 인상에도 여전히 지갑을 연 고소득층 소비자 덕분이라 할 수 있어요. 소비 위축마저 계층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는 거죠.
실제 다소 아쉬운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맥도날드 경영진은 “최근의 소비 감소세는 놀라울 정도”라며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 억제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웬디스의 군터 플로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격 책정에 있어서) 너무 욕심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 말은 소비자들이 소폭의 가격 인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 가격에는 안 먹을래요
하나 더, 갈수록 비싸지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심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지난 2월 뉴욕타임스는 웬디스가 내년부터 변동 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변동 가격제란 말 그대로 시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측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손님이 붐비는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대에는 햄버거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거죠.
흡사 시가로 판매되는 회를 떠올리게 하죠. 웬디스는 이런 특이한 가격 전략을 도입한 이유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는데, 이 제도는 가격을 최소한으로 인상해 수요 감소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는 이를 반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시장조사업체 캡테라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과반수가 “변동 가격제는 기업이 폭리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사태의 결말은 어땠냐고요? 결국 웬디스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손님이 많은 시간에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거죠. 이어 “애초부터 가격 변동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었다”며 “디지털 메뉴판 시스템 도입 계획이 오해를 낳은 것 같다”고 해명했어요.
물론 정말로 오해였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처럼 급하게 철회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반발이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디스의 닉 빌라 이코노미스트는 이 사건을 두고 티핑 포인트라고 설명하면서 “수년 동안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는 가운데 미국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주 저렴하거나, 확실히 고급이거나
값싼 음식의 대명사인 패스트푸드마저 고전하는 시대. 맥도날드와 웬디스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이겨낼 만한 브랜드가 과연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소비 양극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K자형 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요. K자형 소비 양극화란 중간 지대 없이 아주 고가나 저가의 상품만 잘 팔리는 소비 패턴을 말합니다. 고소득층은 고가 명품이나 서비스를 더 찾게 되는 반면 저소득층은 소비 여력이 없어 최저가 상품과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면서 발생합니다.
이 말인즉슨 고소득층을 고객으로 두거나, 아니면 저소득층을 끌어들일 만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사례가 있죠. 맥도날드나 웬디스가 줄어든 손님 발길에 휘청대는 사이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견조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또 국내에서 고가 수제 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도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모두 성공하면서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그럼 반대 방향에는 어떤 브랜드가 있을까요? 우선 닭고기를 주로 쓰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습니다. 육류제품 중에서 닭고기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요. 따라서 지갑이 얇아진 탓에 햄버거조차 먹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죠. 실제 치킨윙 메뉴로 유명한 패스트푸드 브랜드 윙스톱과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이 등은 지난해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할인업체에게는 기회?
소비 양극화 흐름 속에서 좋은 위치를 점한 브랜드 외에도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식료품을 판매하는 할인 업체들이죠. 통상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외식보다 직접 해 먹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식료품을 취급하는 매장들, 특히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할인 업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착한 가격으로 유명한 그로서리 아웃렛입니다. 그로서리 아웃렛은 제조업체가 과잉 생산했거나 시즌이 지난 상품 등을 사들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슈퍼마켓이에요. 육류, 야채, 유제품 등 신선 식품부터 와인, 맥주 등 주류와 건강식품까지도 취급하죠. 그것도 정가보다 한참 낮은 가격으로요. 파이낸셜타임스가 인터뷰한 그로서리 아웃렛의 직원은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보니 다들 가격을 비교해 보고 이곳으로 온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판 다이소라고 할 수 있는 달러 제너럴과 달러 트리 등도 매력적입니다. 이러한 달러 스토어는 식재료만 취급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소비자 수요에 맞춰 신선식품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냉장고나 냉동고를 늘리기 위해 아예 매장 리모델링까지 하고 있을 정도죠.
닐 사운더스 글로벌데이터 애널리스트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산층이 더 많아진다면 달러 스토어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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