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한때 가라앉았던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돌아왔습니다. 마침내 시장에 나온 비트코인 현물 ETF 덕분인데요.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바람도 불어오고 있어요. 바로 RWA죠.

  • 이번에도 RWA 열풍을 견인하고 있는 건 블랙록입니다. 블랙록은 비들이라는 이름의 RWA를 출시하며 시장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어요.

  • 이외에도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투자은행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채 토큰 시장을 비롯한 RWA 시장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다는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고 하죠. 가상자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매일 온갖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오던 시절. 다르게 말하면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엔 가상자산 시장에 격렬한 파도가 쳤습니다. 워낙 바람이 거세서 종잡을 수 없었죠. 그러나 그만큼 셀 수 없이 많은 기회가 넘쳤습니다. 해류만 잘 잡아 타면 심해의 보물에 닿을 수 있었으니까요. 수많은 투자자가 작은 배에 올라타 보물찾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격동의 바다도 영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자, 가상자산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바다가 멈춰버렸으니 그 위를 떠다니는 배가 움직일 수 있을 리 만무하죠. 또 배가 움직이지 않으니 보물에 닿을 수도 없고요. 무풍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배는 바다를 떠나거나, 아예 침몰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잊히는 줄 알았던 가상자산 시장이라는 이름의 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요하던 수면에 다시금 파도가 일고 있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선두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있습니다.

새로운 바람, 비트코인 현물 ETF

블랙록 이야기를 하기 앞서,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새로운 바람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아마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다름 아닌 비트코인 현물 ETF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즉,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ETF를 이용하는 만큼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식 투자처럼 쉽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나 정해진 시간에만 거래할 수 있기에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점 등이죠. 프라이빗 키 분실이나 해킹 등으로 가상자산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는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죠.

어쨌든, 중요한 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그 자체로 시장 안팎의 이목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투자에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어줬어요.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기점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실제 출시되기까지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반대 등 수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금융기관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선보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죠. 그리고 이 금융기관 중 한 곳이 앞서 언급한 블랙록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블랙록.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ETF에 투자하다 보면 간혹 이름에 iShares가 붙은 상품을 보게 되는데요. 이 상품들이 모두 블랙록에서 선보인 ETF입니다.

출처: BlackRock

업계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블랙록은 그 누구보다 돈의 흐름에 민감합니다. 누구보다 먼저 상품을 선보이고 또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돈줄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실제로 블랙록의 강점 중 하나는 투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상품을 신속하게 내놓는다는 점이기도 하고요.

이를 고려하면, 블랙록이 적극적으로 진입해 공들이는 시장은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블랙록이 주목하는 이유가 다 있을 테니까요.

출처: Binance

그리고 현재 블랙록이 힘을 쏟고 있는 건 가상자산 시장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그 일각에 불과하죠. 블랙록은 비트코인 말고도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현물 ETF 출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블랙록은 아예 비들(BUIDL)이라는 이름의 토큰화 펀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들이 아주 흥미로운 상품입니다.

이 펀드는 그냥 펀드가 아닙니다

블랙록이 야심차게 공개한 비들의 공식 명칭은 블랙록 USD 기관 디지털 유동성 펀드(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입니다. 흔히 각 단어의 첫 번째 알파벳만 따서 비들(BUIDL)이라고 불러요.

비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RWA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RWA란 실물연계자산(Real World Assets)을 의미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실물자산의 가치와 직접 연동하는 가상자산입니다. 이 수단을 통하면 금이나 채권, 부동산 등은 물론 미술품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10억 달러짜리 건물을 100달러 단위로 나눈 토큰을 통해 투자하는 식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조각투자와 비슷하죠?

RWA 개념도 (출처: apollocrypto.com)

그런데 듣고 나니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토큰증권(STO)입니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개인이 보유한 자산을 쪼개 디지털 토큰으로 만든 전자증권입니다. 이름 그대로 말이에요.

이렇게 설명만 보면 RWA나 STO나 그게 그거처럼 보이죠.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STO는 말 그대로 증권입니다. 다만 디지털화 되어있을 뿐이죠. 따라서 기존의 전통 금융 상품 투자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대상으로 하는 자산도 증권형 자산에 한정되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내에서만 유통됩니다. 즉 금융당국의 규제 테두리 안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반면 RWA는 다릅니다. STO와 달리 더욱 다양한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서 활용하게 해줘요. 따라서 RWA는 디파이(분산 금융) 시스템에서 새로운 담보 수단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더욱 확장하는 역할을 하죠. 물론 직접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중개자들의 관여를 최소화하면서 더욱 공개된 환경에서 거래할 수도 있고요.

여기서 하나 더. 대체불가능토큰(NFT)와의 차이도 짚고 넘어갑시다. NFT 역시 디지털 토큰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데요.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만든 RWA나 토큰증권과 달리, NFT는 디지털 자산을 토큰의 형태로 만든 겁니다. 즉 애초에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르죠?

RWA는 말하자면 디지털 토큰 형태를 띤 ETF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왜 블랙록이 RWA 시장에 눈독 들이는지 알 것 같죠? ETF야말로 블랙록의 주 종목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그럼 다시 비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비들은 미국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 현금 등에 투자하는 토큰화 펀드입니다. 토큰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며, 매달 배당금을 토큰 형태로 지급하도록 설계됐죠. 이렇게 모인 토큰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인 USDC로 전환 후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비들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는 RWA의 투자 매력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우선 거래나 양도가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ETF와 비교하자면, ETF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거래소에서만 거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RWA는 다릅니다. 월렛만 있으면 거래할 수 있죠. 심지어는 국가 경계를 넘어 전 세계 누구에게나 주거나 또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토큰만이 지닌 강점이죠.

여기에 더해, 비들은 블랙록이 선보인 RWA라는 점이 또 매력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월스트리트의 큰손이 만든 디지털 토큰이니, 신뢰도 면에서 다른 RWA를 압도하니까요. RWA의 매력을 알아보고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인 셈입니다.

이런 매력을 증명하는 것처럼, 비들은 데뷔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크립토포테이토에 따르면, 비들은 출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2억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모았습니다. 이후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순항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달리기 시작하는 국채 토큰 시장

세상에는 다양한 자산이 있지만, 미국 국채를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 국채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국채 시장 규모는 27조 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가파른 속도로 커지고 있죠. 2019년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60% 이상 커졌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부채 상환을 위한 국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영향이에요.

어쨌든, 국채 시장이 거대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국채 토큰 시장의 잠재력도 큽니다. 심지어 이미 잠재력이 개화하면서 수치로 나타나고 있죠. 데이터 집계 사이트 RWA.zxy에 따르면, 미국 국채 토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월 1억 달러에서 올해 4월 기준 11억 7000만 달러까지 커졌습니다.

출처: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국채 토큰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꽃 필 수 있었던 건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비들을 출시한 블랙록은 물론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도 국채 토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죠. 프랭클린템플턴은 올해 4월 기준 3억 8000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국채 토큰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위즈덤트리 등도 국채 토큰 시장에 눈독 들이고 있고요. 이들 자산운용사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국채 토큰 시장의 성장세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새 먹거리로 주목받는 RWA

국채 토큰 시장이 가장 먼저 달리기 시작했지만, RWA 시장 자체도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RWA 시장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산재한 만큼 사업 확장을 노리는 금융기관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입니다.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금융시장과 증권의 다음 세대는 자산의 토큰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이러한 RWA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알아본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자금이 흘러들어오며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겁니다.

실제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미 RWA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랙록 말고도 이 시장을 눈독 들이는 큰손도 있고요. 블랙록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JP모간 체이스인데요. JP모간 체이스는 지난해 미국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토큰화하여 디파이 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11월에는 첫 RWA 거래를 실행하기도 했고요.

미국 밖에서도 RWA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의 자회사 중국은행국제유한공사(BOCI)도 지난해 홍콩에서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증권을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스위스 대형 은행인 UBS가 참여했어요. 두 은행은 이후에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구조화 상품 시장에서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자산 규모 기준으로 싱가포르 2대 은행에 꼽히는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도 최근 토큰화 주식 기반 구조화 어음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플레이어, 그것도 거물 플레이어가 늘어나면서 RWA 시장은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장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팔라질 전망인데요. 지난해 초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RWA 시장은 오는 2030년 16조 달러 규모 성장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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