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최근 미국에서 오피스를 주택이나 아파트 등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뉴욕 한복판 금융 지구에서도 빈 건물의 변신이 이뤄지고 있죠.

  • 오피스 수요는 둔화하는 반면 주택과 아파트 수요는 증가하자, 공급자인 건물주들도 이에 발맞춰 리모델링에 나선 거예요.

  • 미국 정부도 리모델링 열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건물의 용도 전환을 촉진하고 있는 거죠. 오피스를 주택이나 아파트 등으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고 기능 향상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렇게 보니 말이 좀 어렵죠? 쉽게 말하면 건축물의 기본 골조는 그대로 두고 내부와 시설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겁니다. 기본적인 형태를 놔두고 공간의 구조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거죠. 이를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거죠. 따라서 리모델링은 죽은 건물도 살려내는 방법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이 죽은 건물도 살려내는 방법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그것도 아예 공간의 용도를 바꿔버리는 획기적인 리모델링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바로 사무용 건물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리모델링입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비어버린 오피스를 주택 공급난에 맞춰서 수요가 높은 고급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거죠. 이 유행은 약 2년 시작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거주하실 분을 찾습니다. ”

미국의 뉴욕.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건물이 즐비한 이 도시는 미국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 브리지, 플랫 아이언. 뉴욕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만 해도 한둘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 멋들어진 랜드마크들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 워터 스트리트가 위치해 있는데요. 이 골목에는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독특한 외형 때문이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반짝이는 유리로 뒤덮인 상자를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겉보기에는 다른 건물들과 그리 다르지 않거든요. 이 건물이 눈에 띄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건물에 달린 간판 때문이에요. ‘펄 하우스’라고 적힌 간판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현재 임대 중입니다.”

Pearl House의 펜트하우스 공간 ⓒWilliams New York

이 건물은 원래 주거용 공간으로 지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처럼 사무용 공간, 즉 오피스로 지어졌죠. 애초에 위치부터가 뉴욕 금융 지구의 한가운데였으니까요. 실제 과거에는 금융은 물론 다양한 업종의 회사가 이 건물의 공간을 임대해 활발한 기업 활동을 했습니다.

Pearl House의 내부 공간 ⓒWilliams New York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고급 주거용 건물로 말이에요. 리모델링을 맡은 겐슬러에 따르면 이 건물은 총 588세대 규모로 스튜디오와 원 베드룸, 투 베드룸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거주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라운지와 스파, 스카이 바는 물론이고 헬스장, 볼링장, 실내 골프장 등의 시설도 있죠.

Pearl House의 공용 바 ⓒWilliams New York

그야말로 놀라운 변신입니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새로운 용도에 맞춰 건물을 뜯어고쳐야 했거든요. 이 건물의 소유주인 밴바튼 그룹의 부동산 개발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인 말렉 하자르는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모든 건 건물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령 이 건물을 용도 변경하기 위해 2000개 이상의 창문을 교체해야 했다”며 “사무실과 달리 주거용 공간에 있어 창문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외에도 용도 변경을 위해 크고 작은 공사들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규모 자금과 긴 시간이 투입된 대대적인 작업이었던 셈인데요.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리모델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 팔리는 오피스, 잘 팔리는 아파트

사실 이유야 자명하죠. 수요 변화 때문입니다.

사무 공간에 대한 수요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근무 형태가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팬데믹 당시 사무실을 떠나 집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며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팬데믹 이후에도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이랜드스퀘어홀딩스의 로버트 셀딘 대표는 “팬데믹 이전에는 800만 명에 불과했던 재택근무자가 이제 9000만 명까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원격근무의 증가를 예상하는 미국의 경영진> 출처: Havard Business Review

수요 위축은 공실률을 통해서도 나타나는데요.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집계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됐던 2021년 1분기의 공실률이 19.3%였는데, 이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한 거죠.

<미국의 사무실 임대료 및 공실 추세> 출처: Moody’s Analytics CRE

반대로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수요 변화와 맞물리는데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만큼 나만의 주거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죠. 실제 지난 1월과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수치를 기록한 것도 주거비 상승 때문이었는데요. 이 대목만 봐도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요 변화가 명확한데, 여기에 발맞추지 않을 이유가 없죠. 실제 펄 하우스 외에도 수많은 오피스가 고급 아파트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동산 조사기관 렌트카페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5만 5300개 이상의 건물이 사무용 공간에서 주거용 공간으로 개조될 전망입니다.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1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예요. 특히 워싱턴 DC와 뉴욕, 댈러스 등 대도시에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집니다.

리모델링 열풍에 힘 실어주는 정부

사실 이 수요 변화는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사무 공간 수요가 줄어든 것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건 공급 불균형을 초래하니까요.

그런데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니 정부가 마다할 이유가 없죠. 따라서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섰는데요. 지난해 10월 백악관은 사무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재정 자원을 개방하고 기술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대출해 주는 금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이죠. 더 많은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무사히 성사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입니다.

사무실의 주거공간 전환을 독려하는 백악관 블로그

이런 정부의 움직임은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데요.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칼럼을 통해 “빈 사무실이 아파트로 바뀌는 전환이 이루어지면 주택 부족을 완화하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을 도심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라이스너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레미 라이스너도 포브스 기고문에서 “오래된 사무실 건물은 더 이상 쓸모가 없으므로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며 “주거 공간으로 전환해 오피스 밀집 지역을 주거지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까지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리모델링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매트릭스의 비즈니스 매니저인 더그 레슬러는 “팬데믹 이후 새로운 근무 형태가 확산하면서 수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사무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걸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렌트 카페의 안드레아 네쿨라에 애널리스트는 “재개발 대상 건물 중 38%가 상업용 부동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거 공간으로의 전환 추세는 앞으로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어려워도 해야 하는 일

그러나 사무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물리적인 문제가 많아요. 펄 하우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공간의 용도에 따라 갖춰야 하는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그야말로 대공사가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면, 주방이나 욕실 공간은 오피스에는 불필요하지만 주택이나 아파트에는 필수적이죠. 또한 외부 개방형 창문도 일정 개수 이상 있어야 하고요. 이외에도 하수도와 냉난방 장치 등이 필요하고, 구조적으로 층간 높이와 엘리베이터 접근성 등도 챙겨야 합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으로 바꾸려는 건물주는 비용 압박에 짓눌린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상황에서 건물 전체를 손봐야 하는 대대적인 공사라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건물주의 짐을 덜어주고, 더 활발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도우미를 자처한 거예요.

그런데 정부가 이유 없이 곳간을 연 건 아니겠죠. 정부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이외에도 다른 이점이 있습니다. 노후화된 건물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또 빈 건물을 방치함으로써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입니다. 또한 주거 공간 공급을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고요. 즉 어렵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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