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배터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 특히 리튬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에요.

  •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기차도 저렴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어요. 이는 전기차 대중화를 더 앞당기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

  • 이를 내다본 투자 큰 손들은 이미 전기차 충전 시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약 25%의 연평균 성장률이 예상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함께 알아보아요.


하나의 산업은 사실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생각해 보세요. 톱니바퀴는 혼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른 톱니바퀴와 맞물려야 움직일 수 있죠. 산업도 마찬가지예요. 외딴 섬처럼 홀로 존재하는 산업은 없고, 어느 산업이나 다른 산업들과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그리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따라서 하나인 듯 보여도 하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지난 몇 년간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전기차 산업을 예로 들어 볼까요? 전기차 산업은 배터리 산업과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전기차에 있어 배터리는 필수 불가결한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배터리 산업은 원자재 산업과 맞물려 있어요. 주요 원자재 없이는 배터리를 만들 수 없으니까요. 이 산업들은 마치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Unsplash

다시 전기차 산업으로 돌아와서 이번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봅시다. 전기차 산업의 옆에는 충전 인프라 산업이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는 배터리와 또 다른 의미로 필수 불가결한 요소예요. 그리고 충전 인프라 산업은 또 부동산 산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설을 지을 땅이 필요하니까요. 이 역시 사슬과 같죠.

그리고 이렇게 연결된 사업들은 서로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줍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에요. 그리고 이 영향은 때로 나비효과처럼 작지만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하는데요. 지금 전기차 산업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배터리 비싸다는 건 옛말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최근 엄청난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가 현지 전기차 업체들에 올해 안으로 표준 규격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을 와트시(Wh)당 0.4위안 이하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엄청난 일 같은데, 이 가격이 크게 와닿지는 않죠. 이게 얼마나 저렴한지는 과거 배터리 셀 가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국 LFP 배터리 셀 가격은 와트시(Wh)당 0.8위안에서 0.9위안이었어요. 이게 0.4위안 이하로 떨어진 거니, 가격이 반 토막 난 셈이죠. 거의 배터리 바겐세일이나 다름없습니다.

배터리 팩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조금 더 비교하기 쉽습니다. 그 전에 잠깐 배터리에 관해 설명하면요.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 모듈, 팩으로 나뉩니다. 여러 개의 셀을 하나의 프레임에 넣은 게 모듈, 모듈을 묶어 제어 및 냉각 시스템을 장착시킨 게 팩이에요. 물론 CATL은 모듈 단계를 생략한 셀 투 팩(CTP) 방식을 채용해서 조금 다르지만요. 어쨌든 통상적으로 셀은 팩 가격의 약 80% 정도 됩니다.

슬슬 복잡해지죠? 숫자 계산을 건너뛰고 결론부터 말하면 팩 가격은 대략 킬로와트시(kWh)당 75달러가 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전 세계 배터리 팩 가격을 킬로와트시(kWh)당 120달러로 내다보며, 2030년쯤 돼야 가격이 85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죠. 이를 고려하면, CATL이 제시한 75달러라는 가격은 엄청나게 저렴한 셈이에요.

출처: 골드만삭스 리서치

그런데 이게 바닥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립모터의 차오리 수석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LFP 배터리 가격이) 와트(Wh)당 0.4위안인데, 올해 안에 0.32위안에서 0.35위안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어요. 물론 현지 배터리 업계에서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일축하기는 했지만, 또 모르는 거죠. 전기차가 그랬듯 배터리 산업에서도 수주를 위한 출혈 경쟁을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테니까요.

한때 ‘하얀 석유’로 불렸는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배터리 가격이 하루아침에 반토막 난 걸까요? 답은 앞서 언급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배터리의 가격 하락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자재 시장과 배터리 시장은 마치 사슬의 고리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완제품의 가격도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출처: WOLFSTREET.com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건 바로 리튬입니다. 리튬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기 앞서 배터리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요.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됩니다. 물론 전부 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딱 하나만 꼽자면 역시 양극재입니다. 양극재가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좌우하거든요. 그리고 이 양극재의 핵심 소재가 바로 리튬입니다.

중요하다는 건 그만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는 가격이 움직였을 때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건데요. 즉 이런 겁니다.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 양극재 가격이 내려갑니다. 그리고 양극재 가격이 내려가면, 배터리 가격도 내려가요. 그럼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

저렴한 배터리, 전기차에 미치는 영향

전기차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친환경이라는 이미지겠죠. 물론 자동차라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지만요. 어쨌든 기술적으로 주행 중에는 탄소 배출량이 없기 때문에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서 환경친화적입니다.

긍정적인 이미지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대표 이미지는 바로 비싼 가격이거든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사실 개발 초기 전기차가 사장된 이유 중 하나가 내연기관 차량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서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똑같은 모델인데 내연기관 차량은 싸고 전기차는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죠.

전기차의 가격대가 높은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배터리 가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 부품 중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가장 크거든요. 즉 배터리가 비싸서 전기차도 비쌌던 셈이죠.

출처: Visual Capitalist

이 사실을 조금 비틀면, 배터리 가격이 저렴해지면 전기차 가격도 저렴해질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미 가격 경쟁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하락하는 전기차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직 먼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전기차가 저렴해졌다고 가정합시다. 일단 내연기관 차량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했다고 쳐요. 그럼 그다음으로 밟을 단계는 뻔하죠. 바로 대중화입니다.

그간 비싼 가격은 전기차의 진입장벽 중 하나로 여겨졌어요. 아무리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한참 비싸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뜻 전기차를 선택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이 문턱이 낮아지면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늘어납니다.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전기차는 샀는데, 충전은 어디서 하지?

잠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하나의 산업에 변화가 생기면 이 산업과 맞물려 있는 다른 산업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마치 도미노 같은 거죠. 그럼 전기차 산업에 대중화라는 바람이 불어왔을 때,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산업은 어디일까요? 바로 충전 인프라 산업입니다. 주유소 없이 내연기관 차량이 달릴 수 없는 것처럼, 전기차도 충전소 없이 달릴 수 없으니까요.

전기차에 있어 충전 인프라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지만, 사실 네트워크 구축은 많이 미흡한 상태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기 비율은 9.6대 1을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9.6대당 1개의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다는 거죠. 전기차가 많이 보급된 국가일수록 이 숫자의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가령 미국에는 18.2대의 전기차당 1대의 전기차 충전소밖에 없다는군요. 숫자만 봐도 부족해 보이죠.

출처: IEA

물론 전기차 충전소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하면 여전히 느립니다. 애초에 인프라는 구축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주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전기차 한 대를 생산하는 것보다 전기차 충전소를 짓는 게 더 오래 걸리니까요.

지금도 이렇게나 불균형한 상태인데, 저렴한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말할 필요도 없이, 충전 인프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겁니다.

기울어진 저울에서 기회 찾기

그러나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죠.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태야말로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요.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이 충전 인프라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볼텍스 에너지와 주크 캐피탈이 이 산업에 8100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한화로 1000억 원이 넘는 돈이죠.

참고로 볼텍스 에너지는 EFG허미즈의 사모투자 사업부가 운영하는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투자 플랫폼으로, 쉽게 말하자면 환경친화적 산업에 훤한 투자자인 셈인데요. 그런 투자자가 충전 인프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유의미합니다.

활발한 투자 속에서 충전 인프라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58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25.4%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수치죠? 여기에 더해, 만약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기차 대중화가 이루어진다면 이 성장세에 가속도가 더 붙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Grand View Research

차츰 성숙해지는 전기차 산업과 달리 전기차 산업과 함께 달려야 하는 충전 인프라 산업은 아직 제대로 된 성장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명확한 성장이 예견되어 있죠. 이럴 때야말로 남들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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