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미국 부동산 투자자들이 리테일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어요. 지난 몇 년 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리테일,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 모든 리테일 자산이 다 주목받는 건 아니에요. 경기가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더라도 잘 버티는 식료품점이나 약국, 달러 스토어 등이 각광을 받고 있죠.

  • 경기침체 우려가 아직 사그러들지 않는 요즘. 투자자들은 리테일 부동산을 위험분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헤지(Hedge)는 사전적으로는 울타리라는 뜻이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다소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위험 분산이라는 의미예요.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능력은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위험 분산 능력이 중요하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성공적인 투자의 전제는 잃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럼 위험 분산은 흔히 개미라고 불리는 일반 투자자에게만 중요한 능력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소위 큰 손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투자자일수록 위험 분산을 중요하게 여겨요. 아무래도 잃을 게 많으니까요. 더욱 철저하게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자금을 대피시킬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를 물색하죠.

그리고 위험 분산 능력은 시장이 위태로울수록 더욱 중요합니다. 폭풍 속에서 버텨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안정적인 피난처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불안 요소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처를 찾느라 한창입니다. 가장 앞장선 것은 대형 투자회사를 비롯한 큰손 투자자들인데요. 이들이 주목한 건 바로 리테일 부동산 시장입니다.

리테일 부동산으로 돌아오는 큰손들

리테일 부동산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다양한 소매업체가 입점한 부동산인데요. 소매업의 세부 업종 폭이 넓은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흔히 떠올리는 대형 쇼핑센터나 쇼핑몰, 식료품점, 편의점이나 달러스토어 등이 리테일 부동산으로 묶여요. 또한 약국이나 자동차 부품업체, 주유소 등도 리테일 부동산에 속합니다. 사실 투자 자산으로는 사뭇 생소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 리테일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이 리테일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요. 리테일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블루 아울 캐피털은 2020년부터 매년 15억 달러에서 23억 달러 규모의 리테일 부동산을 인수했습니다. 또한 사모펀드 회사인 테메리티 스트래티직 파트너스(TSP)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죠. 이외에도 부유한 개인 투자자나 소규모 투자회사 역시 리테일 부동산 매입에 더 큰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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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이 흥미로운 건 리테일 부동산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소외됐던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리테일 부동산 시장은 전자상거래라는 메가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소매업체들은 위기를 맞았고, 리테일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하락한 것이에요.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리테일 부동산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겪으며 더욱 얼어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오프라인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소매업체들은 유례 없는 타격을 입었죠. 심지어 대형 쇼핑몰마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안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던 리테일 부동산의 가치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고요.

당시 분위기에 대해 MSCI 리얼 에셋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코스텔로는 “투자자들은 한동안 리테일 부동산 투자에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요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변화 / 출처:  RCA CPPI

어떤 점이 매력적이길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건 리테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의미인데요. 도대체 이 부동산이 갖고 있는 어떤 특성이 떠났던 투자자들마저 되돌아오게 한 걸까요?

물론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는 리테일 부동산이 거시경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줄어드니 소매업체들에 위기라고 여기는데요. 세부 업종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불황에 더욱 잘 대응할 수 있는 소매업체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식료품점이 대표적입니다. 식료품은 기본적으로 필수 소비재의 성질을 띠고 있어요.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해도 안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게다가 외식을 하는 것보다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는 게 더 저렴해요. 따라서 경기가 나쁘고 소비가 위축될수록 오히려 식료품 수요는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식료품점의 경기 방어 능력이 뛰어난 건 그래서죠. 마찬가지로 필수소비재인 약품을 판매하는 약국도 마찬가지고요.

달러스토어 역시 불황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소매업체입니다. 달러스토어란 명칭이 생소할 수 있지만, 다이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달러스토어는 온갖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소매업체입니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를 내세운 거죠.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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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소비패턴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달러스토어를 비롯한 저가 소매업체는 더욱 각광받고 있어요. 경기가 둔화될수록 그리고 불황이 장기화할수록,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인데요.

구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만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의 소매업체를 찾게 됩니다. 소비 여력이 짓눌리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요. 실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이후로 연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의 달러스토어 쇼핑 의향 비율이 커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고요.

가구당 연 소득별 달러스토어 쇼핑 의향 비율 / 출처: Morning Consult Brand Intelligence Survey, WSJ(그래프)

정리하자면 업종만 잘 고른다면 리테일 부동산은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경기 둔화를 방어할 뿐만 아니라 이런 국면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는 업종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군의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죠. 아울 캐피털의 부동산 플랫폼 총괄을 맡고 있는 마크 자르는 “일부 유형의 리테일 부동산은 시장 환경과 관계없이 탄력적으로 잘 버텨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경기침체가 오는 걸까?

한편,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거시경제 흐름을 읽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불황에도 잘 버티는 투자처에 몰려들고 있다는 건 경기침체가 온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 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이중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비율은 39%였습니다. 직전 조사인 작년 10월보다 훨씬 낮아진 수치이며,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서는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죠. 코메리카 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년 사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71명이 대답한 12개월 내 경기침체 가능성 확률 / 출처: WSJ

이보다 더욱 낙관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점쳤어요. 일부의 걱정과 달리, 노동시장이 급랭하거나 소비자 지출 둔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반박한 거죠. 또한 가장 심각한 우려 사항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긴 건 시장 전반이 아니라 오피스 부동산 시장이기 때문에 그 비중을 고려하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아무리 저명한 전문가라고 해도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특히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요. 지난해만 해도 월스트리트 투자 구루들이 잇따라 내놓은 경고들이 대부분 현실화하지 않았으니까요. 즉 어떤 상황이라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 해도 성장률 자체는 둔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 토막 난 셈이죠. 또한 실업률도 상승할 전망입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6월에는 4.0%(중간값)까지 오르고 연말에는 4.2%(중간값)에 달할 것으로 보여요.

경제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면 사람들은 불황이 아닌데도 불황에 빠진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예측한 올해 경기지표 / 출처: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이러한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부동산 투자 큰손들의 전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경기침체 확률이 있고, 설령 침체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불황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소매용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간 거죠. 일종의 위험 분산 수단으로요.

지난해 미국 부동산 시장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예정되어 있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히 산재해 있는데요. 따라서 안전한 울타리를 여럿 마련해 놓는 게 유리하겠죠. 재차 강조하자면, 성공적인 투자의 전제는 잃지 않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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