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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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라고 하면 보통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떠오르지만, 요즘 미국과 일본 소매업계가 미디어를 자처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이게 무슨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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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마트는 통로나 계산대에 설치한 화면에 광고를 송출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물건을 파는 대신 물건을 체험하도록 하고 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체험형 매장이 확산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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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판매를 넘어 광고와 고객 데이터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오프라인 소매업 트렌드를 살펴봤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소매업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변신 중 하나가 ‘매장의 미디어화’입니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 매장이 방송국이나 신문사 같은 미디어처럼 광고를 하고, 상품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바뀐 겁니다.
과연 매장이 어떻게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리테일 미디어’, 그리고 일본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체험형 쇼룸’을 소개합니다.
리테일 미디어: 슈퍼볼 광고 영향력과 맞먹는 월마트 광고판
앞으로 우리는 미국의 할인 매장 내에서 수많은 광고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할인매장인 월마트(Walmart), 크로거(Kroger), 타깃(Target) 등이 자신들의 점포 내 통로와 계산대에 디지털 스크린을 도입하고 스크린을 통해 광고를 송출하고 있는데, 그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매(리테일) 공간 내에서 광고를 송출하는 것을 ‘리테일 미디어’라고 부릅니다. 베인 캐피털에 따르면 리테일 미디어 시장 규모는 현재 900억 달러 (약 120조 원)에 달하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 (Statista)는 시장이 2026년 1,560억 달러 (약 2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렇게 빠른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들이 리테일 미디어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왜 오프라인 소매업자가 매장 내 스크린을 설치하고 광고를 내보내는 것일까요?
우선 대규모 잠재 고객에게 광고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약 4,5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주 약 1억 5천만 명의 고객이 월마트 매장 또는 앱을 방문합니다. 월마트의 4,500개 공간 내 설치된 스크린과 셀프 계산대에서 송출되는 광고의 파급력도 어마어마하죠.
매장 수, 매장 면적, 매장에 방문하는 미국인의 비율을 고려하면 매주 슈퍼볼 규모의 시청자를 확보하게 된다.
월마트 커넥트의 리테일 미디어 영업 담당 수석 부사장, Ryan Mayward
무엇보다 유통업체가 지금까지 쌓아온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앱이나 멤버십 카드를 통해 얻은 특정 고객의 구매 패턴, 취향 등에 관한 정보를 활용하면 정교하게 타게팅된 광고를 집행할 수 있거든요. 이러한 정보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는 소비재 기업에게 가치 있는 정보죠.
일본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최근 일본의 패밀리마트는 ‘점포의 미디어화’라는 전략을 내걸고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방문자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계산대 위에 42~65인치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배치하기 시작했는데요. 2023년 8월말 기준, 일본 전국 패밀리마트 1만 6천개의 점포 중 약 6700곳에 사이니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40%가 넘는 점포에 사이니지가 보급된 겁니다.
사이니지 광고를 게재한 제품의 판매량이 올라가는 건 수치로도 증명되었기에 패밀리마트는 사이니지의 설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체험형 쇼룸: 구매는 온라인에서, 체험만 하세요
최근 일본의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팔지 않는 매장(売らない店)’입니다. 단어 그대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대신 소개와 체험에 초점을 맞춘 매장이죠. 일본에 ‘물건을 팔지 않는 점포’를 정착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은 ‘베타 재팬(b8ta Japan)’입니다.
베타에서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고 체험만 할 수 있습니다. 최신 가전제품이나 잡화, 식품, 의류 등 라이프스타일 용품 전반을 소개하죠. 베타는 본인의 체험형 매장 일부를 다른 브랜드에게 빌려주고, 브랜드는 자신의 제품을 전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단지 제품만 전시한다면 팝업 스토어와 비슷하지만, 베타가 인기를 끄는 데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장 카메라가 상품 앞에 멈춰선 고객의 행동을 자동으로 분석한다는 겁니다. 고객의 연령층, 성별 뿐 아니라 동선을 인공지능(AI)로 분석해 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하지요.
또한 베타는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접객을 담당할 직원도 제공합니다. 훈련받은 직원이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카메라로 파악하기 힘든 정성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왜 이 물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건의 개선할 부분이 보이는지와 같은 정보입니다.
이러한 정량 및 정성적 데이터는 다른 매장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브랜드에게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신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베타에 출점하길 원하죠. 베타는 현재 도쿄 도심을 중심으로 4곳으로 매장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흥미로운 신사업도 선보였는데요. 베타 재팬의 운영 시스템 즉, 점원 트레이닝과 카메라를 통한 고객 분석 등을 서비스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소매업자는 이제 베타에 출점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매장에 베타와 동일한 형태의 ‘팔지 않는 점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이 베타 (by b8ta)라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제 누구나 쉽게 자신이 가진 공간을 체험형 쇼룸으로 만들고 소비자 행동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이 베타’ 서비스를 활용한 매장을 살펴볼까요?
후쿠시마현 내에 40개 이상의 자동차 판매점을 가지고 있는 후쿠시마 닛산자동차 (福島日産自動車)은 월 1,000명 정도가 방문하는 약 300평의 대형 매장인 코리야마점(郡山店)에 바이 베타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2023년 4월부터 매장 한쪽 40평을 떼내어 ‘팔지 않는 점포’로 만들었죠.
후쿠시마 닛산자동차는 앞으로는 자동차 판매와 수리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집객을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전 제품, 재난용품, 타이어 등을 파는 제조업체 6곳과 계약을 맺고 본인들의 바이베타 매장에 입점시켰는데요. 점포를 방문하는 사람의 20~30%가 자동차 구입 및 수리가 아니라 ‘팔지 않는 점포’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 입장에서도 자동차 수리나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상품을 체험할 수 있어서 이득이죠. 출점하는 브랜드는 어떤 연령대의 고객이 어떤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피드백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합니다. 물론 자동차 판매점은 자사의 공간을 활용하여 별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가 되는 오프라인 매장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의 존재감이 강해지면서 단순한 유통업으로는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공간을 활용한 광고나 체험형 공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매장 내 사이니지 광고를 설치하거나 체험형 공간을 만드는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자, 이러한 모습의 할인점과 편의점을 유통업이라 불러도 될까요?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팔아 수익을 얻는 걸까요? 아니면 광고와 데이터를 통해 수익을 얻는 걸까요? 지금, 오프라인 매장들은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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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내용은 2023년 9월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변경되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