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의 매각 차익에 의존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운영을 통해 직접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운영형 부동산(OpRE)’으로 글로벌 투자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 학생 기숙사, 시니어 리빙, 데이터센터 등 구조적 수요를 갖춘 섹터가 각광받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단순 자산 매입을 넘어 M&A나 합작법인(JV)을 통해 운영 플랫폼 자체를 확보하며 통제력과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 데이터 기반 가격 책정과 AI를 활용한 비용 효율화 등 차별화된 운영 역량이 순영업소득(NOI)과 자산 가치에 직결되면서, 우량 입지와 뛰어난 운영력을 겸비한 자산이 새로운 시장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 글로벌 부동산 투자는 희귀한 예술품을 수집하는 일과 닮아 있었습니다. 입지가 뛰어난 우량 자산을 확보해 두고, 시장 가치가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매각해 차익을 거두는 방식이었죠. 제로 금리 시대가 끝나고 자본비용이 높아지면서 이 공식에 질문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좋은 작품을 가졌다면, 그 작품으로 매일 관람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가. 이제 부동산의 가치는 자산의 희소성에 더해 그 공간을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로도 결정되고 있습니다.

임대료 수취만으로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글로벌 자본은 운영을 통해 직접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운영형 부동산(Operational Real Estate, OpRE)에 주목하고 있어요. 지난 3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부동산 박람회 ‘MIPIM 2026’에서도 주거 분야의 전문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데이터센터 서밋이 처음 개최되는 등 전통적인 부동산을 넘어 투자 영역이 확장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왜 운영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와 전략의 움직임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대료만으로 부족해진 시대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는 우량 임차인과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임대료와 자산가격 상승을 함께 기대하는 구조였습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대출 시장이 빡빡해지면서 자본이득에 기댈 수 있는 몫은 줄었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현금흐름으로 옮겨갔어요.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세빌스(Savills)의 리포트(The rise of OpRE)에 따르면 유럽 전체 부동산 투자에서 운영형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3%에서 2025년 37%로 높아졌습니다. 한때 복잡하고 유동성이 낮은 틈새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기관 포트폴리오의 주류로 자리 잡은 셈이죠.

세빌스가 올해 3월 내놓은 투자자 조사(European OpRE Investor Sentiment Survey 2026)에서는 유럽 투자자 56곳(부동산 운용자산 합계 5,400억 유로)이 향후 3년간 운영형 부동산에 약 450억 유로(약 67조 6000억원, 10월 16일 기준)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다수는 2027년을 가장 활발한 투자 시기로 꼽았어요.

운영형 부동산은 ▲호텔 ▲학생 기숙사(PBSA) ▲시니어 리빙 ▲코리빙 ▲임대형 단독주택 ▲셀프스토리지처럼 운영자의 서비스와 브랜드, 고객 경험이 수익과 직결되는 부동산을 말합니다. 운영 성과와 상관없이 임대료가 정해지는 전통 모델과 달리, 수익이 운영 성과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에요. 회계기준 변경으로 장기 임대차 계약의 매력이 다소 줄면서 짧고 서비스 중심인 계약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이 흐름을 거들었습니다.

<견고한 고용 시장과 고착화되는 인플레이션 압력 (2015~2026)> 출처: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

운영형 부동산은 물가 흐름에 맞춰 객실·호실 단가를 비교적 짧은 주기로 조정할 수 있고, 적극적인 운영으로 순영업소득(NOI)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가 올해 중간 전망에서 지금의 시장을 ‘희소성의 세계’로 진단한 것과도 맥이 닿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말 희소한 것은 좋은 입지, 그리고 그 입지에서 꾸준히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운영력이기 때문이죠.

자본 배분 방식이 달라진다

운영형 부동산이 커지면서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개별 건물을 사들이는 데서 나아가 운영회사를 인수하거나, 전문 운영사와 합작법인(JV)을 세우거나, 운영 플랫폼 자체를 확보하는 방식이 늘고 있어요. 세빌스는 직접투자가 여전히 주된 경로이지만 JV와 M&A, 세일앤리스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본 배분 방식(2026)> 출처: Colliers 2026 Global Investor Outlook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콜리어스(Colliers)의 2026 글로벌 투자자 전망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입니다. 조사 대상 투자자의 49%가 직접투자와 별도계정(Separate Account) 방식을 선호했고, 플랫폼 JV와 플랫폼 M&A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콜리어스는 플랫폼 거래가 투자자에게 의사결정의 자리와 더 큰 통제력을 준다고 설명했어요. 한편 세빌스 조사에서는 펀드를 선호 경로로 꼽은 투자자가 1년 새 8%에서 23%로 늘었습니다. 검증된 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 수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운영형 부동산, 자산 소유에서 운영 통제로

투자자들이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통제력에 있습니다. 자산 보유회사(PropCo)만 가지고 있으면 운영 성과는 위탁 운영사의 손에 달려 있지만, 운영회사(OpCo)를 함께 확보하면 점유율과 임대료, 비용을 직접 관리할 수 있죠. 검증된 운영 브랜드를 앞세워 여러 도시로 빠르게 복제·확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스톤입니다. 블랙스톤은 2020년 영국 학생 기숙사 운영사 iQ를 46억 6,000만 파운드에 인수했는데,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부동산 거래였어요. 당시 iQ는 영국 27개 도시에서 2만 8,000여 개 침상을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던 회사였습니다. 건물과 함께 운영 조직과 브랜드까지 한꺼번에 확보한 셈이죠.

미국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단계적 접근도 눈에 띕니다. 블랙스톤은 2020년 캐나다 주거 임대 운영사 트리콘(Tricon)에 3억 달러 규모의 우선주 투자로 손을 잡은 뒤, 2024년 5월 약 35억 달러에 회사를 완전히 인수했습니다. 트리콘은 미국 선벨트 지역에서 단독주택 약 3만 8,000채를 운영하던 회사예요. 파트너로 출발해 운영 역량을 확인한 뒤 플랫폼을 품는 방식입니다.

학생 기숙사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운영 역량이 승부를 가르는 무대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혁신이라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본은 특히 ‘리빙(Living)’과 ‘대안(Alternative)’ 자산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전통적 부동산 투자 vs 운영형 부동산(OpRE) 투자 비교>

세빌스의 2026년 투자자 조사를 보면 선호 섹터 상위권은 주거 관련 자산이 차지했습니다. 학생 기숙사(PBSA)가 58%로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멀티패밀리와 단독주택 임대가 각각 52%로 공동 2위, 코리빙이 50%로 뒤를 이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변화의 방향입니다. 멀티패밀리는 2023~2025년 평균(71%)보다 관심이 줄었지만 단독주택(44%→52%), 코리빙(42%→50%), 케어홈(25%→42%)은 크게 늘었어요. 주거 투자가 대형 임대아파트 위주에서 수요층별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분화된 주거 섹터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구조적 수요가 있습니다. 대학 교육의 국제화가 학생 기숙사 수요를 받치고, 고령화는 시니어 주거와 케어홈 수요를, 대도시의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은 임대주택 수요를 떠받치고 있죠.

출처: Unsplash

주거 밖에서는 데이터센터가 가장 빠르게 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콜리어스에 따르면 2025년 1~9월 글로벌 부동산 펀드 모집액의 31%가 데이터센터 전략에 몰려, 멀티패밀리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며 물류를 앞질렀어요.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과 냉각 인프라가 필요해, 자본력과 운영 역량을 함께 갖춘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예정 전력 용량 상위 시장> 출처: Colliers, datacenterHawk

가격·에너지·인력, 데이터가 굴리는 공간

운영 역량은 단순 시설 관리 수준을 넘어섭니다. 점유율 관리와 가격 책정, 고객 서비스, 비용 효율화가 모두 순영업소득(NOI)과 자산가치에 직결되기 때문이죠. 여기에 데이터 분석과 AI가 더해지면서 운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치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무기가 데이터 기반 가격 책정입니다. 호텔과 학생 기숙사 운영사들은 예약 추이와 주변 시설의 공실, 학기와 계절별 수요를 분석해 요금을 조정하고, 공실을 줄이면서 객단가를 높입니다. 입주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미리 파악해 재계약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운영사의 실력이에요.

AI는 비용 쪽에서도 힘을 발휘합니다. 센서 데이터로 냉난방과 조명을 실시간 조절하는 에너지 관리,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해 수리하는 예지 보전은 운영비를 낮추는 동시에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는 수단이 되죠. 콜리어스 조사에서 투자자들이 높은 운영비를 주요 부담으로 꼽은 만큼, 이런 기술은 수익률을 지키는 직접적인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도 핵심입니다. 건물 하나를 단독으로 운영하면 보안과 마케팅, 시설 인력에 드는 고정비 부담이 크지만, 플랫폼 단위로 수십 개 자산을 묶으면 인력 운용과 자재 조달, 마케팅을 통합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건물이 데이터로 관리되는 하나의 사업 단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죠.

입지와 실력을 함께 갖춘 자산이 ‘코어’가 된다

물론 리스크도 있습니다. 수익이 운영 실적과 연동되는 만큼 경기에 더 민감할 수 있고, 관세와 지정학적 갈등,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은 운영비 부담을 키웁니다. 일부 유럽 도시의 임대료 규제 강화도 현금흐름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예요. 다만 이런 불확실성은 검증된 운영력과 우량 입지를 함께 갖춘 자산의 희소성을 더 높이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이 입증된 프라임 자산으로 모이기 때문이죠.

부동산 투자의 공식은 한 단계 넓어졌습니다. 과거의 훌륭한 투자자가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사 모으는 컬렉터였다면, 앞으로 시장을 이끌 주역은 그 작품으로 매일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미술관 운영자가 될 것입니다.

운영형 부동산
출처: Unsplash

경쟁력의 기준도 ‘어떤 입지의 자산을 확보했는가’에서 ‘그 공간으로 어떻게 비용을 관리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운영형 부동산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세빌스는 오피스와 리테일 같은 전통 코어 자산도 잘 짜인 운영 구조를 갖추면 회복력과 임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인재를 끌어들이는 어메니티와 서비스를 갖춘 프라임 오피스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같은 흐름이죠. 우량한 입지와 이를 살리는 운영력을 함께 갖춘 자산이 다가올 사이클의 ‘코어’를 새롭게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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