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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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빈집은 900만 호를 넘어 전체 주택의 13.8%에 이르렀고, 그 안에는 지역의 풍경을 이루던 고민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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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NOTE)의 닛포니아는 마을에 흩어진 고민가를 객실과 레스토랑으로 바꿔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운영하는 마을호텔을 선보였고, 일본 30여 개 지역에서 역사적 건축물을 재생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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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던 고민가가 제도 개정과 보유, 운영, 금융을 나눈 사업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일본의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빈집과 유휴 주택의 활용이 오래된 과제로 남아 있다. 전국 곳곳에서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를 통한 인구 유입을 시도해 왔지만, 2023년 10월 기준 일본의 빈집은 900만 2천 호로 전체 주택의 13.8%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안에는 지역 고유의 풍경을 만들어온 역사적 건축물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여행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기보다 한 지역에 머물며 거리와 음식, 사람들의 생활을 천천히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졌고, 팬데믹을 거치며 한적한 지역과 소규모 체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지역의 생활과 문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분산형 호텔’, 이른바 마을호텔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의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에서 유래한 이 방식은 마을에 남아 있는 건축물을 숙박 자원으로 바꾸고, 객실과 식당, 접객 공간을 마을 곳곳에 나누어 배치한다. 투숙객은 한 건물 안에 머무는 대신 마을을 오가며 지역의 일상과 만난다.

일본에서 이 개념을 지역 재생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이 주식회사 노트(NOTE, 이하 노트)와 노트가 이끄는 마을 만들기 브랜드 닛포니아(NIPPONIA)다. 이들은 일본의 전통 생활 문화를 미래 세대에 전한다는 비전 아래, 역사적 건축물과 지역 문화, 산업을 그 땅의 삶과 생업에 맞춰 함께 재생해 왔다.
이번 글에서는 노트와 닛포니아가 오래된 주거 자산의 재생에서 숙박 사업으로, 다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나아간 과정을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제도와 금융의 제약, 주민과의 협력, 개발과 운영의 노하우, 그리고 이들이 그리는 앞으로의 지역상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빈집 세 채에서 시작된 마을호텔
지역 고유의 풍경은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일상과 생업이 오랜 세월 쌓여 완성된다. 효율성이 우선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노트는 선대부터 이어온 역사와 전통, 자연과 어우러진 삶의 양식을 앞으로의 사회를 지탱할 자산으로 본다. 외부에서 새로운 것을 들여오기보다 지역에 축적된 힘을 살리고, 그곳과 관계 맺는 사람들과 함께 다음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문제의식은 주식회사 노트를 창립한 후지와라 타케시(藤原岳史)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효고현 단바 사사야마(兵庫県丹波篠山市)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도시 생활을 거치며 고향의 가치와 지역 소멸의 위기를 함께 느꼈다. 2009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일반사단법인 노트 설립에 참여했고, 2016년 이 사업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 주식회사 노트를 세웠다.
처음부터 숙박 사업을 구상한 것은 아니다. 지역 특산품을 알리고 사람을 잇는 행사를 이어가던 중, 마을 곳곳에 남은 빈집과 고민가(古民家)1의 잠재력에 주목하게 됐다. 시간이 쌓인 건축물과 그 안에 남은 생활의 흔적을 지역의 고유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첫 결실은 2009년 단바 사사야마시 마루야마 마을의 ‘슈라쿠 마루야마(集落丸山)’였다. 열두 채의 가옥 가운데 일곱 채가 비어 있던 작은 마을에서, 빈집 세 채를 보수해 두 채는 독채형 숙소로, 한 채는 레스토랑으로 꾸렸다. 주민들이 세운 비영리단체(NPO)와 노트가 함께 사업조합을 만들어 운영을 맡았고, 방문객을 외지인이 아닌 마을의 일원으로 맞이했다. 머무는 동안 마을 길을 걸으며 삶의 양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오래된 건물을 고치는 일이 지역 경제와도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복원 과정에서는 지역 목수와 창호업자의 일감이 생겼고, 숙박객이 찾아오면서 음식과 농산물, 체험 등 주변의 생업과도 연결됐다. 빈집 한 채가 지역 안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고 기술과 생활문화를 잇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시선은 개별 건축물에서 마을 전체로 옮겨갔다. 2015년 단바 사사야마의 성하마을(城下町)에 닛포니아 브랜드의 첫 시설인 ‘사사야마 조카마치 호텔 닛포니아(篠山城下町ホテル NIPPONIA)’가 문을 열었다. 흩어진 역사적 건축물에 객실과 식당 등의 기능을 나누어 배치하고, 그 사이를 오가는 과정 자체를 여행의 경험으로 만들었다. 당시에는 이러한 형태의 숙박시설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활용했다.


이곳에는 오랜 세월 지역의 삶을 담아온 가옥과 거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투숙객은 체크인과 식사, 산책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지역의 풍경과 생활을 마주한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든다’는 생각이 공간과 운영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마루야마의 작은 고민가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이렇게 여러 건축물과 주민의 삶을 하나의 숙박 경험으로 엮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때부터 닛포니아는 시설을 짓는 데서 나아가, 공간과 사람, 생업이 함께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는 과제를 안게 된다.

법이 바뀌고, 지역 안에 회사가 생기기까지
다음 과제는 이 모델을 다른 지역에서도 지속할 수 있는 개발과 운영의 틀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지역마다 건축물의 구조도, 주민과 산업의 관계도 달랐기 때문이다.
중요한 계기는 2017년 개정되어 이듬해 6월 시행된 여관업법이었다. 객실 수와 면적 기준이 완화되고 프런트 설치 규정이 유연해지면서, 흩어진 가옥들을 하나의 숙박시설로 운영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사사야마에서 특구로 한정해 검증한 마을호텔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법 시행에 앞서 2018년 3월에는 ‘사와라 쇼카마치 호텔 닛포니아(佐原商家町ホテル NIPPONIA)’가 문을 열었다. 치바현 가토리시의 사와라는 에도시대 수운과 상업으로 번성한 지역으로, 오노가와 강을 따라 옛 거리 풍경이 남아 있다. 개업 당시에는 메이지부터 쇼와 초기에 지어진 고택들을 숙박동으로 재생했고, 2021년 3월에는 300년 넘게 청주와 미림을 빚어 온 양조장의 옛 술 창고를 레스토랑 ‘카구라(KAGURA)’로 고쳐 열었다.


사와라에서 주목할 점은 사업 주체를 역할에 따라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금융기관과 지역경제활성화지원기구(REVIC)가 함께 운영하는 펀드로부터 출자와 대출을 함께 받아, 부동산을 보유하고 임대하는 닛포니아 사와라 부동산(NIPPONIA SAWARA不動産)과 시설 관리와 관광 마케팅, 집객을 맡는 마을 만들기 회사 닛포니아 사와라(NIPPONIA SAWARA)가 세워졌다. 숙박 운영은 전문 운영사인 밸류 매니지먼트(バリューマネジメント)가 맡았다. 소유와 관리, 집객은 지역 법인이 담당하고, 숙박 운영은 전문 운영사가 담당하는 구조다.
사업을 이어가려면 건축물 복원 외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역사적 건축물은 규모와 노후도, 소유 관계가 제각각이어서 여러 동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으려면 법제도와 자금 조달, 주민 합의를 함께 풀어야 한다. 또한 지역 재생은 현지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부터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유연한 기반을 마련해 두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자금 조달이 큰 장벽이었다. 기존 부동산 시장에서 노후 건물은 담보가치가 낮게 평가되기 쉬웠고, 이를 활용한 수익 사업도 익숙하지 않았다. 닛포니아가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넓히고, 지역별 거점 개발 법인을 따로 세우며, 참여 주체 간의 역할을 정교하게 나눠 온 이면에는 이러한 현실적 고충이 있었다.
2022년 8월 문을 연 ‘닛포니아 치치부 몬젠마치(NIPPONIA 秩父 門前町)’에서는 협력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 노트와 세이부 그룹의 세이부 리얼티 솔루션즈,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스&리스, 지역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인 일반사단법인 치치부 지역 오모테나시 관광공사가 공동 출자해 합동 지역개발회사 ‘주식회사 치치부 마치즈쿠리’를 세웠다. 세이부는 사업과 그룹 네트워크를, 지역 DMO는 지역과의 조정을, 노트는 역사적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지역계획과 개발을, 금융기관은 장기적인 자금 조달을 맡았고, 시설 운영은 세이부의 관광열차 레스토랑 ‘52석의 지복’을 프로듀스해 온 NKB가 담당했다.

건축물은 치치부의 역사적 맥락을 살려 재생했다. 메이지부터 쇼와 초기의 역사를 지닌 ‘마루주 약국(マル十薬局)’은 호텔 프런트와 레스토랑, 객실 5실로, 등록유형문화재인 ‘코이케 담배점(小池煙草店)’과 ‘미야타니 신발점(宮谷履物店)’은 객실 3실과 카페로 고쳤다. 방문객의 경험은 시설 밖으로도 이어진다. 치치부 신사 주변의 골목 산책, 전통 직물인 치치부 메이센 착용 체험 등과 연계해 방문객이 지역 곳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사와라가 보유와 운영을 나눈 지역 법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치치부는 철도 자본과 금융기관, 지역 관광 조직까지 참여 주체를 넓혔다. 닛포니아는 지역마다 남은 공간과 생활문화, 생업의 맥락에 맞춰 사업 구조를 설계해 왔다. 그 범위도 점차 넓어졌다. 건축물로 사람을 불러들이고, 방문객이 지역의 음식과 기술, 생업을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생긴 경제적 가치가 다시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하는 것. 이제 닛포니아의 일은 지역이 스스로 다음 사업을 만들어갈 토대를 마련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왜 100년을 내다보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기반은 얼마나 긴 시간을 바라봐야 할까. 수백 년 이어져 온 마을의 역사를 생각하면, 한 사업의 투자 회수나 한 세대의 성과만으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닛포니아가 마을 만들기를 ‘100년’이라는 시간 축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이 지향은 먼저 지역과 관계 맺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그립고도 새로운, 일본의 생활을 창조한다’는 비전 아래, 방문객을 ‘하루를 함께하는 마을인(一日からの村人)’으로 대하고, 숙박에 이어 다거점 거주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여정을 위해 잠시 머무는 사람도 지역의 잠재적 구성원으로 보는 시각이며, 현대 사회에서 약해지고 있는 지역 공동체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지역을 보는 관점도 넓어졌다. 개별 건축물의 역사성과 생활문화에서 나아가, 이를 둘러싼 지형과 풍토, 기후, 농업과 식문화, 고유 기술과 생업을 아우르는 원풍경을 미래의 핵심 자산으로 본다. 자연과 사람의 오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경관에는 그 지역에서만 이어질 수 있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다. 2025년 설립된 닛포니아 기술 연구소도 이러한 가치를 살피고 다음 세대로 잇기 위한 움직임이다.

“마을 만들기에서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란, 낡은 것을 소중히 하면서 현대의 구조에 맞게 업데이트해 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방식을 택해, 언제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새로운 것으로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선인의 지혜가 담긴 건물에 현대의 쾌적함을 녹여내는 것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형태입니다.”
– 후지와라 타케시, 주식회사 노트 대표이사
100년을 내다보려면 사업을 지속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역 재생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개발과 운영을 한 회사가 모두 맡으면 투자 회수 부담 때문에 성과를 짧은 기간에 판단하기 쉽다. 이를 위해 닛포니아는 개발과 운영의 역할을 나누어 전문성과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노트가 지역의 가능성을 찾아 사업을 만들면,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 평가 기준을 다시 세우고 디지털 증권 등으로 자금 조달을 돕는 닛포니아 커먼즈 파트너즈(NIPPONIAコモンズパートナーズ, 이하 NCP)와 2026년 3월 설립한 닛포니아 오퍼레이션즈(NIPPONIAオペレーションズ, 이하 NOP)가 각각 금융과 운영을 맡아 뒷받침하는 구조다.

2009년 단바 사사야마에서 시작된 닛포니아는 2026년 7월 기준 전국 30개 이상 지역에서 200동이 넘는 역사적 건축물을 숙소와 레스토랑, 상점으로 재생해 왔다. ‘Re:generation for the Future’라는 비전이 가리키는 것은 규모의 확대보다, 지역의 생활문화와 풍경의 가치를 사업으로 바꾸고 그 과정이 다시 새로운 일과 사람, 문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다.

오래된 마을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려면
닛포니아의 방식은 부동산 업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연식 때문에 담보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던 역사적 건축물을, 보유와 운영을 나누고 지역 펀드의 출자, 대출과 전문 운영사의 역량을 결합해 투자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꿔 왔기 때문이다. 개발과 운영, 금융을 나눈 구조는 노후 자산을 연식보다 운영 수익과 지역의 맥락으로 평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을 다시 살린다는 것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일까. 수백 년을 견뎌온 건축물과 거리, 그곳에서 이어진 음식과 기술, 사람 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미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오랜 시간 쌓인 결과가 오늘의 지역을 만들었고, 그것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 가능성이 열린다. 지역 재생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앞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그 가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100년 뒤의 지역을 지금 정확히 그려낼 수는 없다. 사람의 삶도, 산업도, 풍경도 계속 변해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모습을 미리 정해두는 일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그 지역이 가진 가치가 새로운 형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마을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지켜온 기억과 문화를 바탕으로 삶을 이어갈 힘을 가진 곳이다. 옛 것과 새것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이어질 때, 한 지역의 시간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로 계속 흘러갈 수 있다.
- 말 그대로 ‘오래된 집’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주로 나무와 흙 등 자연 소재로 지어진 특정한 양식의 전통 가옥을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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