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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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동은 2종(7층 이하) 일반주거지역 지정과 효창공원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도시계획 덕분에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도 저층 주거지의 분위기를 유지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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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효창공원앞역 역세권 재개발을 비롯해 주변 4개 사업이 본격화되며, 약 10,000세대의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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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이 동네의 분위기를 만들었듯, 앞으로의 변화 역시 도시계획에 의해 결정됩니다. 변화 전, 지금의 효창동을 걸어볼 만합니다.
즐겨 찾는 공원이 있으신가요?
저는 종종 서울 용산구에 있는 효창공원에 갑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공원이라 둘레길처럼 조성된 코스를 운동삼아 걸으면 생각보다 빨리 한 바퀴를 돌 수 있어요. 짧은 시간에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게 되죠.
효창공원은 대로변이나 역세권 범위에선 좀 떨어져 있는데요. 대신 주거지 한가운데에 있어 주변 주민들의 이용이 활발합니다.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놓인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나 혼자 또는 둘이 공원 이곳저곳을 산책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전형적인 동네 공원의 모습이죠.
이렇게 왁자지껄한 공원의 한쪽에는 백범 김구 기념관과 백범 김구를 비롯한 이봉창,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7명의 유해가 묻혀 있습니다. 정숙한 분위기에 동참해달라는 안내문을 읽다 보면 완벽한 동네 공원의 모습이면서도 그 이상인 효창공원의 위상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이곳을 ‘국립 효창독립공원’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방침도 있었고요. 현재는 사적으로 지정된 묘역을 포함해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거든요.

효창공원 주변으로는 최근 몇 년 사이 하나 둘 멋진 카페나 상점이 생겼습니다. 가게 몇 군데를 소개해드릴게요.
효창공원 맞은편, 일찌감치 동네빵집 이상의 유명세를 떨쳐온 베이커리 ‘우스블랑’에선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어요. 바깥 자리를 선호하는 분들도 꽤 있는 카페 ‘mtl 효창’은 푸릇푸릇한 풍경과 골목의 능소화가 인상적이에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케이크와 과자들과 함께 사진 맛집으로도 유명한 ‘마타사 효창’은 골목 안쪽에 있지만 종종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효창공원 앞은 오래전부터 기사식당으로도 유명했는데요. 이제는 거기에 신상카페까지 들어서며 보기 드문 조합을 이룬 동네가 되었습니다.

2025년 가을엔 효창공원 안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파는 ‘파자마델리 효창공원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전부터 효창공원 바깥에 작은 매장이 있던 ‘파자마델리’의 2호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원 정문 안 쪽, 매점으로 사용되던 작은 건물을 카페로 재단장하여 오픈한 것입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배고프다는 것이어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와 있더라고요. 실제로도 이곳은 매일 아침 8시에 문을 여니, 하루를 시작할만한 곳이네요.
‘파자마델리 효창공원점’은 효창공원 정문에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탁 트인 공간에 자리하고 있어요.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평소에도 북적이는 곳인데, 카페 하나가 더해지니 활기가 한층 느껴졌습니다. 공원 본연의 목적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이런 작은 변화가 다른 곳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 봤어요.

그래도 여전히 효창동은 조용한 동네에 속합니다. 눈에 띄는 큰 건물도 없고, 고층 건물이라고는 최근 생긴 아파트 단지가 전부입니다. 그래도 두 개 노선이 지나가는 환승역의 역세권인데,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효창동이 이렇게 공원을 낀 조용한 동네로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도시계획입니다.
효창동만의 분위기를 만든 도시계획
아래 지적도 이미지를 보면 효창동 대부분이 노란색으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모두 주거지역을 뜻합니다.

효창공원역 동서 방향 양쪽으로 삼각지역이나 남영역, 공덕역 주변이 모두 붉은색으로 표기된 상업지역으로 지정된 것과 대조적입니다.
효창동은 소위 미래 도심이라는 용산, 광화문과 여의도를 잇는 마포 오피스 상권을 가까이 두고 있음에도 아주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요.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 차이인데도요. 고층의 오피스도 복합 쇼핑몰이나 시끌벅적한 오래된 상권도 없는 이곳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개발의 축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분위기의 동네로 유지되어 온 것이죠.
특히 주거지역 중에서도 2종(7층 이하)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2종 일반주거지역, 그중에서도 ‘7층 이하’라는 단서를 설명하려면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도시계획의 최상위 법령이었던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그전까지 최고 용적률 400%, 일반주거지역으로만 관리되던 것을 1종, 2종,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구분하고 용적률을 더 세분하게 되었습니다. 각 지자체는 갑자기 ‘종세분’이라는 과제를 받게 된 셈이죠.
1종에서 3종으로 갈수록 건축물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단독주택 위주의 저층 주거지가 1종 일반주거지역, 빌라나 다세대/다가구,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혼재하는 주택가가 2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죠. 고층 아파트 밀집지역이나 주상복합이 위치한 지역은 동네마다 차이는 있지만 3종 일반주거지역 또는 일반주거지역보다 밀도가 높은 준주거지역일 가능성이 높아요.
7층이 만든 스카이라인, 효창동이 저층으로 남은 이유
서울시는 같은 2종 일반주거지역을 다시 ‘7층 이하’와 ‘12층 이하’로 구분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2종 중에서도 고층 개발이 가능한 지역과 7층 이하의 저층 개발만 가능한 곳을 구분한 것이죠. 전국에서 서울시가 유일했습니다. 이 규제를 따르면 용적률이야 어떻게 채운다고 해도 층수제한 때문에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하죠. 사실상 일반주거지역 체계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과거에도 1종, 2종, 3종 일반주거지역을 어떻게 구분하고, 2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도 층수 제한을 어떻게 둘 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습니다. 각 구는 조금이라도 개발의 여지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밀도의 주거지역을 요청하고 시 전역의 밀도를 관리해야 하는 서울시는 구에서 제안한 종을 하향하는 식의 대치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래에 첨부한 표는 당시 용산구의 일반주거지역 세분 결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일반주거지역 약 1천만 제곱미터(약 317만평)를 더 세세히 나눴고, 그 결과 효창동과 같은 2종(7층) 일반주거지역이 224만 제곱미터(약 68만평) 규모로 생겨난 걸 알 수 있습니다.

효창공원은 사적으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로, 인접한 곳에서는 문화재보호구역의 제한을 받습니다. 효창공원 북측, 효창6구역 재개발 사업은 문화재 심의를 거쳐 최고 14층, 단 효창공원을 마주한 동은 7층 이하로 지어졌습니다. 효창공원의 경관이 전과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서울시에서 지어지는 아파트 높이에 비해서는 절반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마저 산속의 리조트처럼 오밀조밀해 보이죠.
이곳에서는 대규모 상업시설이 동네 상권을 파괴하는 대신 동네를 뒷받침하는 중소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이 상권의 버팀목이 됩니다. 최근의 핫플레이스들도 근린생활시설의 손바뀜 과정에서, 또는 용도변경을 통해 새롭게 근린생활시설이 되며 생겨났어요.
본격적으로 상업시설이 주거지로 침투하는 연희동과도 좀 다릅니다. 연희동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개성 있는 카페나 음식점으로 바뀐 경우인데 효창동은 이미 빌라나 연립주택 비율이 높거든요. 인접한 곳에 대규모 소비수요가 있는 것도, 상권이 평지에 펼쳐진 것도 아니고요.
비슷하게 공원을 끼고 있지만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풍경이 빠르게 바뀐 서울숲 주변과도 상황이 다릅니다. 서울숲 주변은 공원과 더불어 지식산업센터나 기업 사옥이 인접해 있어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많거든요.
통과교통이 거의 없다는 점도 효창동의 특징입니다. 공원으로 한 번, 지형으로 다시 한번 가로막혔기 때문이에요. 마포에서 용산이나 서울역으로, 또는 그 반대로 가는 차들이 굳이 질러가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오면 구불구불한 노선 탓에 차가 막히지 않아도 시간을 단축하긴 어렵습니다.
보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가파르지는 않아도 역에서부터의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와야만 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이 주변에는 유독 목적 없이 지나치는 사람보다 이 동네를 목적지로 삼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자면 2종 일반주거지역, 그중 7층이하라는 규제와 효창공원이라는 사적에 의한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 구릉지 지형이 개발의 포커스에서 벗어난 지금의 경관과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스트리트 상권 관점에서는 공원을 지척에 두거나, 공원이 보이는 개성 있는 가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고요. 다른 곳에 비하면 임대료 상승의 여파에서도 조금은 비켜나 있기도 하죠.
만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온다: 효창동의 미래
효창동의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큰 이유를 도시계획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도시계획에 의한 변화를 살펴볼게요.
먼저 ‘효창공원앞역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어요. 이는 서울 지하철 6호선과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효창공원앞역 일대 약 3만 1천평 부지의 주거지를 재개발하여 최고 40층, 약 3천 세대의 대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에요.
구역 면적의 절반을 차지했던 2종(7층이하) 일반주거지역과 나머지 절반이었던 1종 일반주거지역과 2종 일반주거지역은 모두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됩니다. 용적률은 40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인데 강남권에 지어지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이 300%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고층, 고밀 개발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죠.
역세권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한 재개발에 한하여 용도지역과 용적률을 완화하는 정책의 결과입니다. 이 사업지에서는 약 3천 세대 중 1,200세대가 공공주택으로 지어지게 됩니다.

위의 정비계획 결정(안) 도면에서도 보이듯, 주거지는 최대한 전면의 대로변에 배치하고 효창공원(도면에서 연두색으로 표시된 부분) 주변은 공공청사나 어린이공원을 두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공원에 가까운 쪽에는 최고 20층 배치 구간을 두었죠. 하지만 40층 주거지와 효창공원 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아요. 개발이 완료될 즈음, 효창공원 주변의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효창공원 동측에도 대규모 재개발이 시작단계에 있습니다. ‘원효로1가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인데 2만 9천평을 구역으로 지정하고 2,700세대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개발이 제한되었던 효창동에 역세권 개발 정책이 본격 적용되며, 효창공원앞역 남측에는 용적률 500%를 적용한 약 2,500세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2,000세대 규모의 용문동 모아타운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위의 네 개 사업이 모두 추진될 경우 효창공원앞역 주변으로 약 10,000세대의 미니 신도시급의 아파트 단지가 생깁니다.

연남동이 경의선 숲길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경의선 숲길 상권의 다음 주자는 효창공원앞역 주변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서울시와 용산구는 발 빠르게 역 남측과 용문시장 사이를 잇는 골목을 ‘용마루길’이라는 로컬 브랜드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효창공원의 국립공원화 계획도 있습니다. 공원이기도 하지만 애국선열을 기리는 공간이기도 한 효창공원은 수차례 재정비 계획이 논의되었습니다. 애국선열의 묘역 옆에 효창운동장이 나중에 생기면서 추모의 의미가 퇴색되고, 공원 내 들어선 건물들로 경관이 변화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반면 이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도심 속 공원으로 오래 이용되어 온 만큼 기존 기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공원의 성격을 감안해 운동장은 철거하지 않되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해요. 전체적으로는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 효창독립공원’으로 격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대규모 재개발과 부동산 시장의 변화, 효창공원의 ‘국립 효창독립공원’ 격상, 주변 상권의 움직임까지. 효창동 일대에는 여러 변화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효창동만의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개성을 갖게 될지 지켜볼 만합니다. 지금의 효창동을 먼저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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