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일본 전역에서 스포츠 아레나가 경기장을 넘어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쇼핑, 숙박, 오피스를 결합한 개발이 빠르게 확산 중이죠.

  • 도요타, 미쓰이부동산, 자파넷 등 주요 기업들은 이를 통해 부동산 자산 간 시너지, 기술 실험, 지방도시 부흥 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 모빌리티, 쇼핑몰, 호텔, 온천까지 품은, 체류형 복합 아레나 4곳을 소개합니다.

최근 몇 년 간 일본 전역에서 스포츠 아레나 건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 프로농구 리그인 B.리그의 각 팀이 사용할 새로운 홈구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요. 2026년부터 B.리그 1부 소속 구단이라면 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B.리그는 일본의 프로 농구 리그로, 기존 B1, B2, B3의 3단계 체제에서 2026년부터 1부(B.프리미어)와 2부(B1) 체제로 개편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1부 참가 요건도 대폭 강화됩니다.)

아레나 프로젝트는 대부분 구단을 소유하거나 후원하는 민간 기업 주도로 이루어집니다. 최첨단 디스플레이, 조명, 음향 시스템을 갖춘 공간에서 관중은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으며, 기업은 이를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브랜드를 알리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활용하지요. 더불어 경기가 없는 날에도 운영할 수 있는 상업시설, 공원, 식음 공간을 아레나에 결합해 연중 활기를 띠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스포츠 아레나는 이제 경기장을 넘어, 스포츠와 상업, 도시 기능이 융합된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케팅 수단이자, 경험 중심의 공간 소비를 이끄는 중심지로서 새로운 경제권 형성의 기회로 주목 받는 것이죠. 일본 각지에 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아레나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미쓰이부동산, 쇼핑몰 시너지형 복합 아레나 개발

2024년 4월, 치바현 JR 미나미 후나바시역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다목적 아레나인 ‘라라 아레나 도쿄 베이(LaLa arena TOKYO-BAY)’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B.리그 치바 제츠의 개막전을 비롯해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아이묭 등 인기 아티스트들의 콘서트가 연이어 열리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쓰이 부동산이 개발한 다목적 아레나 ‘라라 아레나 도쿄베이’. 인근 쇼핑몰 ‘라라포트’와의 시너지를 노린다. ⓒlalaarenatokyo-bay

라라 아레나는 역에서 도보 6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맞은편에는 미쓰이 부동산이 운영하는 대형 상업시설 ‘라라포트 도쿄 베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 370개 점포를 갖춘 라라포트는 일본 최대 규모의 쇼핑몰로, 역시 미쓰이 부동산이 개발한 라라 아레나와 뛰어난 연계성이 큰 시너지를 냅니다.

2024년 치바 제츠 개막전 당일, 경기는 오후 2시 5분에 시작되었고, 경기장 개장은 정오였지만 많은 팬들이 아침부터 미나미 후나바시 역에 도착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상당수의 팬들이 곧바로 아레나로 향하지 않고, 먼저 라라포트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점입니다.

음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가 열리면 보통 팬들은 개장 시간에 맞춰 입장해 굿즈를 구매하거나 먹거리를 즐깁니다. 하지만 인파가 많거나 매장이 부족하면 공연 직전에 입장하거나 공연 종료 후 바로 귀가하는 경우도 많아, 주변 상권에 미치는 소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서 라라 아레나는 차별화됩니다. 도보 거리 내 위치한 라라포트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매장이 있어 팬들이 경기 전후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경기 전에는 식사나 쇼핑을 즐기고, 경기 후에도 자연스럽게 몰로 이동해 체류 시간을 연장하게 되는 것이죠.

미쓰이 부동산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라라포트 내 ‘치바 제츠 응원존’을 조성하고, 선수 이미지 포토존, 실물 운동화 전시 등을 마련해 팬 접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쇼핑몰이 기존에 유입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경기 전후로 팬들이 체류하게 되는 미쓰이부동산의 쇼핑몰, 라라포트 도쿄 베이 ⓒlalaarenatokyo-bay

아레나 시설 자체의 완성도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라라 아레나는 라라 아레나는 지상 4층, 연면적 약 3만1,000㎡, 약 1만 석 규모입니다. 천장에는 423인치 크기의 대형 센터 비전이 설치되어 있으며, 3층과 4층에는 총 길이 128.5m에 달하는 리본 비전이 구성되어 있어, 경기와 공연 모두를 생동감 있게 연출합니다.

미쓰이 부동산은 2024년 중기 경영 계획에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한 도시개발’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전담 본부 ‘상업시설·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본부’를 신설했습니다. 라라 아레나와 라라포트의 연계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lalaarenatokyo-bay

도요타, 자가용 안에서 경기 보는 아레나 예고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도쿄 해안가 대표 관광지, 오다이바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2년 오다이바의 상징이던 대형 관람차가 철거되고, 복합쇼핑몰 비너스 포트가 폐점했습니다. 대신 2025년 가을, 도요타 자동차 그룹이 개발하는 ‘도요타 아레나 도쿄(TOYOTA ARENA TOKYO)’가 새롭게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 아레나는 도요타 산하 농구팀 ‘도요타 알바르크(ALVARK)도쿄’의 홈 구장으로 사용되며, 지하 1층에서 지상 6층까지 약 3만 7000㎡의 크기에 약 1만석의 관객석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오다이바 역 앞에 위치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합니다.

도요타는 주변 쇼핑몰인 아리아케 가든, 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 일본 과학 미래관 등과 연계하여, 이 일대를 하나의 관광·문화 복합지구로 재편하고자 합니다. 퇴근 후 20분 만에 도심에서 도달할 수 있는 ‘일상의 쉼표’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도쿄 디즈니랜드와 같이, 도심 속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도심에 위치한 아레나는 스포츠 팀의 팬층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일 저녁 경기 개최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도요타 알바르크 도쿄 대표이사
도요타가 개발 중인 스포츠 아레나가 2025년 하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toyota-arena-tokyo

도요타 아레나는 평일에도 찾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외관 대부분을 개방해 낮 시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야외 공간인 ‘스포츠 파크’에는 무료 농구 코트가 마련됩니다. 또 아레나와 연결된 공원은 ‘패밀리 파크’로 조성되어 푸드트럭과 키친카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내부 경기장에는 대형 센터비전과 리본 비전(경기장과 관중석 사이를 둘러싸는 LED 스크린)이 설치되어 실시간 점수, 선수 정보, 광고 콘텐츠 등을 제공하며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관중석은 원형 구조로 설계되어 모든 좌석에서 코트를 정면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도요타 아레나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율주행과 소형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관람석과 모빌리티 차량이 하나가 되는 구조를 구상 중입니다. 팬들이 아레나까지 이동하기 위해 사용한 모빌리티 차량이 그대로 관람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구현 방식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요타는 자사의 핵심 기술인 모빌리티를 활용해 아레나 내외부를 자유롭게 연결하고, 관람객의 이동 동선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향후 이러한 모빌리티 기술이 오다이바 다른 시설과도 연결된다면, 이 일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toyota-arena-tokyo
도요타는 자사 핵심 기술인 모빌리티를 활용해 아레나 내외부 동선을 혁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oyota-arena-tokyo

닛폰햄, 온천에서 야구 경기 보는 복합 공간 개발

프로야구팀 닛폰햄 파이터스는 홋카이도 기타히로시마시에 약 600억 엔을 투입해 대규모 스포츠 복합 공간 ‘홋카이도 볼파크 F빌리지(HOKKAIDO BALLPARK F VILLAGE)’를 조성했습니다. 중심에는 홈구장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ES CON FIELD HOKKAIDO)’가 자리합니다.

에스콘 필드는 개폐식 돔, 천연 잔디, 홋카이도 전통 가옥에서 영감을 받은 외관에 외야를 유리로 설계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한 점이 특징입니다.

야구장을 넘어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홋카이도 볼파크 F빌리지’. ⓒhkdballpark

F빌리지는 ‘야구장을 넘어선 문화 공간’을 목표로 삼습니다. 3루 외야에 위치한 ‘TOWER 11’이 대표적인데요. 호텔, 온천, 골프 연습장, 레스토랑, 루프탑 바 등이 함께 들어선 복합 건물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며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야구를 보거나 온천에 몸을 담근 채 경기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외에도 맥주 양조장, 홋카이도 특산물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고급 레스토랑, 키즈 카페, 반려동물과 경기를 볼 수 있는 관람공간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3루 외야에 위치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경기를 감상할 수 있다. ⓒhkdballpark

자파넷, 지역을 부흥시키는 ‘도시형’ 스타디움 개관

2024년 10월, 나가사키시에 문을 연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Nagasaki Stadium City)’는 TV 홈쇼핑 기업 자파넷 홀딩스(ジャパネットホールディングス)가 주도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스타디움이 아니라 ‘스타디움 시티’라는 표현부터 흥미로운데요. JR 나가사키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도쿄돔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7.5헥타르 부지에 상업 시설과 오피스, 호텔 등이 결합된 복합 지구로 조성되었습니다.

주요 시설로는 약 2만 석 규모의 ‘피스 스타디움(PEACE STADIUM)’과 6,000석 규모의 ‘해피니스 아레나(HAPPINESS ARENA)’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상업 점포 80여 곳과 243개 객실을 갖춘 호텔, 코워킹 오피스, 쇼핑몰 등이 함께 들어섰습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소도시에 세워진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 1조원이 투입됐다. (사진출처=at-nagasaki.jp)

사실 나가사키시는 1985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서 2024년 9월 기준 인구는 약 39만 명으로, 정점이었던 1975년 대비 11만 명가량 줄어든 지방 도시입니다. 이런 곳에서 자파넷은 1,000억 엔(약 1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를 완성시켰습니다.

자파넷은 2017년 축구 J리그 팀인 V-파렌 나가사키 (V・ファーレン長崎)를 그룹사에 편입했고, 2020년에는 농구 B리그 팀인 나가사키 벨카(長崎ヴェルカ)를 창단했습니다. 축구와 농구라는 두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죠. 하지만 자파넷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통신판매업에 이어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지역 창생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있습니다.

통신판매업에 이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지역 창생 사업을 기업의 다음 먹거리로 선정한 자파넷. (사진출처=at-nagasaki.jp)

여기서 창생이란 창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역에 이미 있는 자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을 가꾸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자파넷은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장 전날인 10월 13일, 나가사키 출신 싱어송라이터자 배우인 후쿠야마 마사하루(福山雅治)의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지역 출신 스타를 활용해 스포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시설을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의도였습니다.

약 2만 5천 석의 티켓을 모루 무료로 제공하고, 추첨 방식으로 배포했으며, 콘서트 티켓 추첨은 오직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 공식 앱을 통해서만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약 53만 명이 티켓 추첨에 응모했으며, 그 중 절반 가까이가 나가사키현 주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 상업시설은 자체 앱을 만들어도 고객의 설치를 유도하는 데 애를 먹지만, 자파넷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아레나 개장 전부터 이미 지역 주민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가사키현 인구가 약 120만 명, 나가사키시 인구가 약 40만 명임을 감안할 때, 53만 명이라는 응모 고객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지역민이 일상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지역 출신 스타의 공연을 개최한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 (사진출처=www.nagasakistadiumcity.com)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의 또 다른 특징은 스포츠를 중심으로 집객을 노리는 복합시설이라는 점입니다. 상업동 ‘STADIUM CITY SOUTH’에는 약 80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으며, 수제 맥주 양조 설비를 갖춘 레스토랑과 뉴발란스 브랜드의 최신 매장 등 먹거리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반면 오피스동 ‘STADIUM CITY NORTH’에는 약 23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며, 10층에는 코워킹 스페이스 ‘WORK@NAGASAKI’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총 243개 객실을 갖춘 ‘스타디움 시티 호텔 나가사키’도 함께 조성되었는데, 각 객실에서 축구 경기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일본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형태라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설이 충실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가 없는 날에도 방문하고 싶은 시설이 됩니다. 방대한 규모와 다채로운 시설을 갖춘 나가사키 스타디움 시티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도시’를 만든 것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와닿습니다.

스포츠 아레나,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일본의 새로운 스포츠 아레나들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지역 경제와 문화, 일상 생활이 교차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상업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도시계획의 일부로서 일상의 체류를 유도하는 이 공간들은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모든 흐름에서 중심이 되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공간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

상업, 음식, 스포츠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공간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고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소비와 관람을 넘어,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일상을 공유하고, 새로운 문화와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기장을 넘어 도시를 만드는, 스포츠와 공간의 새로운 융합이 지금 일본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